[교회와 미디어 #5] 포스트잇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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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한 발견, 포스트잇


1968년 스펜서 실버는 재사용이 가능한 저점도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했다. 1974년 이 실패한 접착제에 대해 듣게 된 아서 프라이는 이를 종이에 바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성가대원이었던 그는 접착제를 바른 메모지를 찬송가에 붙이면 책갈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각주:1] 실패를 발상의 전환으로 삼은 덕분에 포스트잇은 20세기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되었고, 이제는 단순한 메모지를 넘어 하나의 미디어로 등장하게 되었다.

 


2. 예술과 놀이의 도구로


얼마 전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포스트잇 대결이 일어났다. 한 빌딩의 사무실 창문에 포스트잇을 여러 개 붙여 “Hi~”(안녕)이라고 만들었다. 그러자 반대편 사무실에서는 나와 결혼해 주겠니?”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순식간에 주변의 건물들에서 배트맨, 스파이더맨, 심슨 등 포스트잇을 활용한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장난처럼 시작된 포스트잇 문구가 창의적인 예술활동과 놀이, 그리고 자기표현과 소통의 미디어가 된 것이다.



 


3. 가로세로 76, 추모의 공간


불과 며칠 전 발생한 강남역과 구의역 사고에서 사람들은 추모의 도구로서 포스트잇을 택했다. 1만여 장이 넘는 포스트잇이 강남역 10번 출구와 구의역 9-4 플랫폼의 벽면을 가득 메웠다. 강남역에 붙은 1004개의 메모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고인(265)’, ‘명복(271)’, ‘빕니다(278)’등이었다. 또한 미안하다(107)’, ‘죄송하다(34)’의 메모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각주:2]

 

4. 대자보와 포스트잇


이전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다. 커다란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빽빽하게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써내려갔다. 대자보 밑에 자신의 이름을 더하는 것으로 개인의 입장을 밝혔다. 한날한시에 같은 장소에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슬픔과 분노를 표출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형형색색의 작은 종이인 포스트잇 속에 짧고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서로 다른 시간에, 각자의 방식과 메시지로 의사를 표현한다. 한 장의 포스트잇은 그 영향이 미미하지만, 수천, 수만 장이 모인 포스트잇은 그 무엇보다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 미디어가 되어 거대한 담론을 형성한다.


 


5. 포스트잇은 모바일 미디어


포스트잇은 자유롭고 유연한 모바일 미디어이다. 작은 종이 위에 함축적인 메시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SNS 미디어와 닮아있다. 하지만 포스트잇은 SNS처럼 좋아요댓글을 통한 사람의 관심을 부추기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내어 현장에 직접 가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SNS보다 훨씬 진정성을 가진 미디어이다. 사람들은 포스트잇을 붙이며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정성스런 손글씨로 포스트잇을 붙이는 행위만으로 충분히 자기 충족적이다.


 

6. 포스트잇 세대와 교회


필자는 포스트잇을 새로운 미디어로 전유(appropriation)시킨 젊은 세대를 일컬어 포스트잇 세대로 명명한다. 포스트잇 세대는 자유롭고 유연하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연대와 공유를 이끌어낸다. 행동의 실리나 명분보다는 자발적인 참여가 주는 충족이 그들을 움직인다. IT 기술을 사용하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향한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 있는 것 같으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메시지를 형성한다. 또한,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자기표현을 중시한다. 하지만 교회는 어떠한가? 여전히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집단으로 남아있지는 않는가? 모바일의 간편함만을 추구하면서, 아날로그적 감성과 진정성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날 교회는 포스트잇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교회는 포스트잇 세대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조성실 장로회신학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문화 박사과정 중에 있다. 본원의 객원연구원이자 소망교회에서 미디어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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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리자베스 혼,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본문으로]
  2. 김형규·최민지·허진무 기자, “‘강남역’ 그 많은 포스트잇은 무엇을 말하는가” 2016.05.23.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232312015&code=94010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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