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미디어 #2] 2016년 대한민국에서 '목사[mok-sa]'라는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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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미디어 #2.

2016 대한민국에서 '목사'[mok-sa]라는 '기호'


조 성 실*



1. 기표와 기의

언어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기호학을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기호들의 삶'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기호'는 '기표(시니피앙, signifiant)'와 '기의(시니피에, signifié)'로 구성되는데, '기표'는 기호의 겉모습, 즉 소리, 단어, 이미지 등으로 표현된 모습을 의미하고, '기의'는 기호 안에 담긴 의미를 말한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한다면, 꽃집에서 산 빨간 장미가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인 기표가 되며, 꽃 속에 담긴 사랑하는 마음이 기의가 된다. 이때 기표와 기의가 결합하여서 사랑을 표현하는 '기호'를 만들어 낸다. 



2. 기호의 의미작용(signification)

'장미꽃'이라는 기표와, '사랑'이라는 기의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미를 받은 사람은 장미를 건넨 사람의 의도를 해석한다. 기표를 대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 담긴 기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의미작용(시니피카시옹, sign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장미를 건넨 사람의 기의와 받은 사람의 기의가 동일할 경우, 이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호의 의미작용은 일정한 '사회적 약속'에 따라 형성되며, 그 약속은 선형적이기 때문에 기호는 시대적, 문화적 맥락 따라 달라진다. 



3. 목사라는 기호

'목사'는 [mok-sa]라는 기표로 나타난다. 사전적인 뜻은 개신교 성직자이며,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교회와 신자들의 영적인 생활을 지도하는 사람이다. 이처럼 '목사'의 기표는 비교적 명료하게 표현되지만, '목사'의 기의는 어떠한가? 사회 구성원들이 '목사'라는 기표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미지가 일정한 '사회적 약속'을 이루고 있을 때 기표와 어떻게 결합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응답하기 위해 '목사'라는 기표를 빅데이터(big data)를 이용한 '소셜매트릭스'를 통해 분석해 보았다. '소셜매트릭스'는 자연어 처리기술과 텍스트마이닝 기술을 바탕으로 블로그와 트위터 문서를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4. 목사 연관 키워드 1위는, '시신'

2016년 1월 25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체 47,425건의 소셜 검색을 통해 한 달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탐색어 맵으로 구현해 본 결과, 목사 연관 키워드 1위는 8,599건으로 '시신'이었다. 3위가 '딸(6,436)', 5위가 '여중생(4,272)'인 것으로 보아 2016년 2월 3일에 드러난 '부천 여중생 살인 사건'의 영향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긍/부정 탐색어 추이를 살펴보니 2월 2일까지는 '목사'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키워드가 400건 미만으로 비슷하게 나타나다가, 3일을 기점으로 '폭행, 혐의, 체포, 범죄'와 같은 부정적 키워드가 5,199건으로 급증하였다. 탐색어 여론을 살펴보아도 전체 10개 연관어 중에 긍정 연관어는 '사랑, 믿음' 2개뿐이며, 나머지 8개는 '숨막히다, 폭행, 혐의, 비극, 끔찍한, 끔찍하다, 체포, 무책임한'등의 부정 연관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5. 목사라는 기호를 바꿔버린 목사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모든 사회적 구성원들의 기호적 의미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으나, 적어도 이를 통해 사회적 기호 속에서 목사라는 기표가 어떠한 기의와 관계 맺고 있는가에 대한 작은 고리들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클릭 수를 위해 피의자의 신분이 목사인 것을 헤드라인에 강조하고, 수용자들은 피의자가 목사인 것에 대해 분개한다. 이는 SNS상에서 수많은 버즈량을 만들어내며, 목사라는 기표가 새로운 기의와 관계 맺도록 이끈다. 그러나 이러한 순환고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문제의 첫 시작에는 '목사'가 있다. 한국교회 초기 '목사'는 '섬기는 자'였으며, '영적인 지도자'였다. '사랑하는 자'였고, '희생하는 자'였다. 그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자'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목사들은 스스로 이러한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끊어냈다. 대신 '목사'라는 기표가 '폭행, 혐의, 비극, 무책임, 숨막힘'이라는 기의와 만나도록 행동한 것은 아닐까?



6. 알파독 스토리 효과(Alpha dog story effect)

미디어 효과 중에 샐리 스튜어트가 주장한 '알파독 스토리 효과(alpha dog stroy effect)'가 있다. 이는 첫 기사가 다음 기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처음 미디어에 노출 된 기사가 중요하다는 이론이다. 오늘날 '목사'라는 기호는 부정적인 알파독으로 등장한다. '부천 여중생 살인 사건'의 범인인 아버지가 목사라는 사실에 대부분의 목사들은 침묵한다. 같은 목사인 것이 부끄러워서, 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위하며 이 소란이 금새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목사'라는 기호는 부정적인 알파독이 되어 자리를 더욱 굳게 지킬 것이다.  알파독의 교체는 새로운 알파독이 등장할 때 이루어진다. 목사라는 기호를 바꾸기 위해서는 목사들 스스로가 새로운 알파독이 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침묵보다는 연대의 사과를, 무시보다는 선한 행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조성실 장로회신학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문화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본원의 객원연구원이자 소망교회에서 미디어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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